2021-06-24
Accidental Casting.20 우리 집

“집에 있는데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이 있다. 무슨 헛소리인가 싶다 가도, 내가 사는 집만이 주는 아늑한 심상을 이렇게 잘 표현한 말이 또 어디 있을까. 흔한 투정 중 “어차피 집은 못 사”라는 말도 있다. 집에 대한 추상적인 열망과 체념이 담긴 말이다. 인간 주거의 역사를 나열하자면 한도 끝도 없겠으나, 지금 대다수의 청년이 집 앞에서 겪는 상황은 이 두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소재가 같은 두 문장을 합쳐볼 수도 있을까? “집에 있는데 집에 가고 싶을 만큼 집을 원해. 그런데 나는 영영 집을 사지 못할 거야.” 정도면 어떨까. ‘계속 머물고 싶은 포근한 집’과 ‘아무리 벌고 모아도 살 수 없는 집’은 상반되는 접속부사(ex: 그런데, 그러나) 없이는 한 문장 안에 공존하기 부자연스러운 개념이 되어, 서로를 설명한다. 두 유형의 집을 용케 머리와 마음에 이고 지고 사는 게 오늘날 많은 이들의 운명이다.

그렇게 우리는 대부분 ‘우리 집’을 절망적으로 희망한다. 이유는 조금씩 다르다. 쉬는 공간으로서 바라는 걸 수도 있고, 자본으로서 원할 수도 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살아서 좋아할 수도 있고, 다수가 그러니까 비슷한 태도를 답습한 것일 수도 있다. 평생 일해도 집을 갖기 어려운 상황은 원하는 마음을 키우고, 원하는 마음은 가질 수 없다는 현실의 벽에 계속 부딪힌다. 이 악순환이 지속될수록, 머리도 마음도 아프다.

아픈 곳을 들여다보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여기 ‘우리 집’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는 책들이 있다. ‘우리 집’은 언제 ‘나의 집’이 아닌 ‘우리 집’이 되는가. ‘우리 집’은 개인사와 사회사 안에서 어떻게 묘사되는가. 집은 무엇으로 하여금 ‘우리 집’이 되는가. 유년 시절의 기억? 동거인? 비스포크 냉장고? 창밖 풍경? 감당할 만큼의 대출이자? 고양이?

책을 본다고 하여 세상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우리 집을 보는 시선은 달라질 수 있다. 그동안 너무 낭만적으로 생각했거나 혹은 퍽퍽하게 생각했거나 아니면 아무 생각이 없었거나. 우리나라는 주거공간을 습관적으로 타인의 가치 기준으로 평가하기에 충분한 맥락 위에 있다. 그러니까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이 아닐” 것이다.

✔️2021.06.23-

✔️Accidental Casting은 wrm 레퍼런스룸의 책을 소개하거나 책에 다가가는 방법을 제안하는 소규모 프로젝트입니다.

✔️도서 목록

제목
1 세기말 사물 풍경
2 디자인 아카이브 총서1 중산층 시대의 디자인 문화 1989-1997
3 최초의 집
4 나의 살던 고향은
5 가족과 근대성
6 6.5평 월세방을 짝사랑하는 일
7 0,0,0
8 행복의 기호들
9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10 따로, 또 같이 살고 있습니다
11 어디서 살 것인가
12 정크스페이스 | 미래 도시
13 협력적 주거 공동체
14 거주하는 장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