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09
Accidental Casting.18 과거로부터 온 메시지

우리는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자명한 사실 앞에 서 있다. 그렇다면 시간을 돌리지 않고 과거를 경험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같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인류는 과거를 정의, 심판하고 기록하며 이 일에 오래도록 공을 들여 왔다. 흩뿌려진 과거의 흔적을 그러모아 점과 점을 연결하고, 기억에 의존하거나 거부하면서. 사람들은 과거를 편집한 결과를 두고 역사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제는 보고 싶은 과거의 일부를 책을 통해, 또는 다른 매체를 통해 언제든 다시 볼 수 있다. 시간을 초월하는 일에 우리는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살아보지 않은 시간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고, 경험에 대한 문턱이 낮아졌으며, 원한다면 시대를 넘나들면서 웬만한 궁금점을 해결할 수 있는 풍부한 자료와 정보가 생겼다. 

동시에 과거가 물밀듯이 쌓인다. 과거는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일년 전, 한달 전, 일주일 전의 일들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것이 자신의 과거이든 타인의 과거이든 사회의 과거이든, 우리의 일상은 그것과 무관하게 잘 흘러가고 일단은 어제 잘 잤고 오늘 잘 일어나 이렇게 또 하루를 잘 보낸다. 역사라는 이름은 이처럼 사사로운 일상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인다. 다시, 이번에는 스마트폰을 켜고 과거를 ‘추억’하기 위해 일주일 전, 한달 전, 일년 전 친구와 찍은 사진을 스크롤한다. 나로부터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그마한 역사가 펼쳐진다. 

Accidental Casting.18은 물밀듯이 쌓이는 과거에 질문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과거로의 여행을 떠난다. 세상에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들에 남다른 애착을 가진 이들이 주목하는 역사 속으로. 이들은 역사에서 주목하지 않았던 크고 작은 변화를 감지하고 끄집어낸다. 물론 경우에 따라 아주 사소하고 주관적이지만, 소소하다고 해서 우리가 아는 역사의 뿌리와 다르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역사와 만나는 경우가 거의 없었던, 때론 곱지 않은 시선을 견뎌야 했던 조각을 구석구석 모았다. 역사란 단어 앞에 마주한 두려움과 거룩한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어떤 것의 변천을 조망한다는 생각으로 이들의 시선을 한발짝씩 따라가보자. 과거를 지목하는 이들이 향하는 앞으로의 시간이 무엇인지, 또 새롭게 찾을 수 있는 역사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상상해보는 재미가 적지 않을 것이다. 사실 과거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해독을 요구하며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2021.06.09 –

✔️Accidental Casting은 wrm 레퍼런스룸의 책을 소개하거나 책에 다가가는 방법을 제안하는 소규모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