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25
2016 커뮤니티 전시 11: 사진사관학교 일우

사진사관학교 일우 <the twist>

일시: 2016.05.22-06.07 (11am-8pm)

 

니콘이 선정한 세계대 사진가 김홍희가 이끄는 사진집단 일우가 주최하는사진 전시회 및 기념행사가 5월 22일부터6월 7일까지 DPPA에서 개최한다.

 

전시 서문

 

the twist에 부쳐,

 

일우 사진사관학교 졸업전의 제목인는반전전환비틀다꼬다우여곡절트위스트 춤등등의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이다이 말을 선택한 이유는 삶에 대한 다양성의 인정과 인생의 여정이 내 입맛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 챈 사람들의 여유로운 조크일 것으로 여겨진다

 

엄태훈의 “the mysterious girl”은 자기 부정의 자화상이다. 거침없이 자신을 드러내고 까발리고 해부한다. 그러면서 속절없이 스스로를 부정하는 자신과 직면한다. 부정하고 직면하는 자신을 다시 부정하고 직면하면서 외면할 수 없는 누군가를 만난다. 그 누군가는 아무리 부정해도 부정 할 수 없는 한 소녀가 되었다가 자신이 되었다가 사진이 되었다가 분노가 되었다가 절망이 되었다가 일상이 되었다가를 반복한다. “the mysterious girl”의 엄태훈의 자화상은 엄태훈 자신의 모습을 넘어 우리 모두가 가리고 싶고, 보여 주고 싶지 않은 어두운 우리 자신들의 자화상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사진을 보면 충격을 먹고 사진을 덮어 버리지만 뇌리에서서는 떠나지를 않게 되는 것이다.

 

julia kook은 지금 매우 위험한 처지에 있다. 가위에 눌린 상황과 다를 바 없다. 소리를 지르고 싶어도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설사 소리가 터져 비명이 되어도 들어 주는 사람조차 없다. 이것이 바로 julia kook의 상황이다. 만약 당신이라면 julia kook에게 어떤 도움을 주겠는가? 그리고 혹시 당신이 julia kook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she is…”를 한 여성의 절규로 받아들인다면 당신은 이 사진을 깊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온 몸을 던져 우리가 처한 이 시대를 말하고 있다. 당신의 시대는 julia kook의 개인의 시간을 뛰어 넘어 따로 존재 할 수 있는가?

 

코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를 어딘가로 초대한다. 그곳은 당신이 보는 바와 같이 길거리 이거나 공사장이거나 쓰레기장이거나 허세로 가득 찬 담벼락일 수도 있다. 초대를 받은 우리는 그 “무대” 앞에서 우두커니 서 있게 된다. 딱히 무엇인가 드라마틱한 장면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스토리가 전개 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아무렇게나 걸쳐져 있는 스크린 앞에서 자기가 보아 온 것들을 투사 한다. 강권하지도 않고 보아야 할 것도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 참을 스크린 앞에서 서성이고 들여다보고 무엇인가를 투사해 내려고 한다. 코나의 “무대”는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들과 나를 면벽 좌선 하듯 상호 병치시킨다.

당신이 지금 이 스크린 앞에 서 있다면 그것이 바로 코나가 세팅한 무대 위로 당신도 모르게 올라 가버린 셈이 되는 것이다이것이 바로 코나의 획책이고 당신은 권하지도 않은 코나의 획책에 걸려 든 것이다

 

박진호의 작업은 하나 같이 야심한 밤에 이루어진다. 직장인이 자유롭게 카메라를 들고 어슬렁거릴 수 있는 유일한 자유 시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사진은 마치 들여다보면 안 될 곳들을 틈새로 들여다보는 번들거리는 눈빛과 유사하다. 왜냐하면 그가 본 것은 시종 어둡고 침침하고 두렵고 셔터를 누르기 께름칙한 것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러한 것들로부터 눈을 떼지 않는다. 그는 우리에게 어떤 질문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어떤 답을 주려고 하는 것일까? 박진호가 “가면”이라고 한 것은 찍힌 것들일까? 찍는 자신일까? 우리가 가면을 벗지 않는 한 박진호의 가면은 결코 벗겨지지 않을 것이다.

 

목철호의 사진과 제목은 뜬금없는 재미를 부여 한다. “달콤한 인생?”이라는 제목은 긍정이 아닌 의문형의 제목이다. 의문형이지만 달콤한 인생 자체를 부정하는 역설을 내포한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아무튼 그가 보여주는 사진은 달콤한 인생과는 상관이 없어 보인다. 좁은 화단에 위태롭게 서 있는 대나무도 그렇거니와 눈 맞고 서 있는 거울도 마찬가지이다. 나로서는 절대로 달콤해 보이지 않고 오히려 휑하니 버려진 느낌이 더욱 강하다. 혹시 목철호가 말하자고 하는 것이 인생 그 자체의 진면목이라면 나는 그의 역설적 제목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희망과 긍정으로 가득 찬 세상을 참되게 꿈꾸는 이들은 바로 세상에 희망과 긍정이 없다는 것을 확철대오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윤혜란의 “샐러리맨의 점심 산책”은 일상을 아끼는 소시민의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자신과 마주한 일상에 대해 그다지 집착을 가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멀리 떼어내고 싶어하지 않는 관조의 눈빛이 있다. 삶을 관조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윤혜란과 함께 점심 식사를 빨리 끝내고 회사로 돌아가야 할 시간까지의 잠시 잠깐의 여유를 우리는 그녀와 함께 누리고 있다. 얼마나 풍요로운 일상인가. 일상의 풍요는 누리는 자의 몫이요, 삶을 관조하는 자의 덤이다. 일상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척척 요리를 해 내는 윤혜란 앞의 모든 사물은 윤혜란과 함께 잠시 여유로운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윤혜란은 모든 사물들에게조차도  휴식을 주는 아름다운 작가임에 틀림없다.

 

신상현은 둔중하고 무거운 삶을 향해 아무렇지도 않게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리고 그 무게를 한 짐도 지지 않는다. 무거운 것은 무거운 대로, 가벼운 것은 가벼운 대로, 그대로 두어진 상태로 본다. 그리고 그것들을 무심하게 우리들 앞에 펼쳐 놓는다. 그러면 그것들은 때로 무겁고 때로는 가벼운 것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가끔 비명을 지르거나 울거나 숨어버리려고 하지만 신상현은 그러한 삶들을 파인더 안에 가두고 다시 정제해서 인화지 위로 가볍게 올려놓는다. 아포리즘처럼 또는 격언처럼 그녀의 사진은 무거운 인생과 인생 사이를 또는 가볍디가벼운 존재와 존재 사이를 셔터로 잘라 놓고는 햇살 좋은 날 어물 말리듯 널어놓고는 훌쩍 가버린다. 그래서 지금 당신이 엿보는 것은 바로 그 “闖틈”일 뿐인 것이다.

 

유웅열은 자신과 마주한 현실을 모순으로 보았다. 나로서는 그가 본 모순에 대해 어떤 점은 수긍을 하지만 어떤 점에서 납득하기가 어렵다. 내가 보기에는 그의 사진들은 피사체로서의 형상과 그것들이 지시하고자 하는 언어적 또는 개념적 형상에 대한 실존 여부와 본질에 대한 양면성에 대한 논의라고 본다. 아무튼 이런 논의를 대상으로 하는 그의 사진은 더없이 흥미가 있고 깊이가 있으나 이런 모든 것들을 차치 하다라도 그의 사진은 사진 자체로 재미가 있다. 사진이 시각적으로 충격을 주지 않는다면 다른 무엇으로 사진을 대신할 수 있겠는가? 그의 탐구는 현상을 기록하거나 표현 하는 범주를 넘어 철학적 담론을 제시 해 주는 또 다른 사진가로 향상할 것을 기대 한다.

 

그들이 왜 제목을라고 했는지 당신도 이해해 주기 바란다그리고 당신도 당신의 인생을 조크할 수 있기를 바란다인생은처럼 당신이 주무르는 대로아니면 아무리 당신이 주물러도 당신과는 상관없이 파인더 안으로 흘러온 이미지일 뿐이라는 것을

 

2016년 5월 15일

사진가 김홍희